일본 전통 가요 장르인 ‘엔카(演歌)’는 오랫동안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감정의 진폭이 큰 창법, 고전적인 편곡, 슬픔과 회한을 주제로 한 가사 등은 Z세대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촌스럽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Z세대의 문화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엔카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틱톡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전통적인 장르인 엔카가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Z세대가 일본 엔카를 바라보는 시각, 그들의 소비 방식, 그리고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형성되는 엔카의 새로운 문화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Z세대의 관심도 변화: 낯섦에서 신선함으로
Z세대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릅니다. 그들은 빠르게 소비하고, 직관적으로 판단하며, 다양한 문화를 가볍게 넘나드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엔카는 처음엔 ‘이질적인 옛 음악’이었지만, 오히려 그 낯섦이 하나의 ‘신선한 감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Z세대는 흔히 '감성세대'로도 불립니다. 개인의 정서, 감정, 분위기를 중시하고, 콘텐츠에서도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엔카는 바로 그런 감성 중심의 음악입니다. 단조의 선율, 절절한 가사, 깊은 감정 표현은 Z세대가 요즘 음악에서 찾기 어려운 요소이며, 이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일본 내에서 실시된 음악 소비 조사에 따르면, 18~24세 응답자 중 약 12%가 '엔카를 들어본 적이 있다'라고 응답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엔카가 의외로 좋았다", "감정적으로 와닿는다", "레트로 느낌이 신선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특히 슬픔이나 외로움을 표현한 엔카 가사는 ‘치유 콘텐츠’로 받아들여지며,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듣는 음악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Z세대는 가족 또는 조부모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엔카를 찾기도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부르던 노래를 함께 듣고 커버해 보며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험은 그들에게 엔카를 단순한 ‘옛 음악’이 아닌 ‘우리 가족의 노래’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Z세대의 소비 방식: 듣기에서 표현으로
기존 세대가 음악을 '듣는 콘텐츠'로 소비했다면, Z세대는 음악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소비합니다. 이는 곧 음악을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화하여 재해석하거나 친구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가치를 느낀다는 의미입니다. 엔카도 이러한 새로운 소비 패턴 속에서 흥미로운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첫째, Z세대는 유튜브에서 엔카 커버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음악을 재해석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20대 여성 유튜버 ‘아마노 스즈’는 엔카의 대표곡인 <츠가루 해협 겨울경치>를 시티팝 스타일로 편곡하여 부르면서 10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엔카는 단순히 따라 부르는 음악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와 결합되어 창작의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둘째, 틱톡에서는 엔카의 감정적인 멜로디를 활용한 짧은 영상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슬픔, 이별, 회한 같은 감정을 표현할 때 기존 팝송 대신 엔카를 배경 음악으로 삽입함으로써 더 큰 몰입감을 유도합니다. 특히 엔카 특유의 드라마틱한 멜로디는 짧은 영상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틱톡 사용자들 사이에서 ‘감성 필터 음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셋째, 일부 게임 스트리머나 버추얼 유튜버(VTuber)들이 엔카를 활용해 독특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 복장을 한 버튜버가 엔카를 부르며 고전적인 일본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현대적 배경에서 전통 엔카를 부르는 ‘갭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Z세대가 엔카를 유쾌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Z세대는 엔카를 과거의 형식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들의 언어로 해석하고, SNS와 플랫폼을 통해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즐기고 있으며, 이는 엔카가 다시 살아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디지털 플랫폼이 만들어낸 새로운 엔카 문화
엔카는 이제 더 이상 CD 가게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닙니다. 유튜브,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Z세대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엔카 커버’, ‘엔카 리액션’, ‘엔카 리믹스’ 등의 콘텐츠가 활발히 업로드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중심이 되어 엔카 문화를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기 유튜브 채널 'Nippon Vibes'는 매주 젊은 아티스트가 엔카를 재해석하여 부르는 영상을 업로드하며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유튜버들도 일본 엔카에 대한 반응 영상(Reaction Video)을 올리며, 언어를 뛰어넘는 감성 전달의 힘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미국 유튜버는 “이 노래를 이해하진 못하지만, 가수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Z세대가 추구하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와도 맞닿아 있으며, 엔카의 감성적 깊이가 글로벌 팬층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도 엔카는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고전적 음성과 멜로디는 감성 콘텐츠에 적합하며, 해시태그를 활용한 챌린지 형태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카챌린지, #감성엔카 등의 태그로 자신만의 해석을 담은 영상이 확산되면서, 플랫폼 내에서 하나의 서브컬처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일부 레코드 회사와 엔카 가수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젊은 감각으로 리뉴얼하거나, 소셜 미디어 맞춤형 홍보 전략을 도입하여 엔카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감성은 유지하되, 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혁신을 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Z세대는 전통과 과거를 단절이 아닌 '재해석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엔카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추억의 음악이 아니라, 새로운 감성과 연결될 수 있는 문화로 재조명되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창의적 소비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 엔카는 이제 다시 태어나는 중입니다—이번엔 Z세대의 손을 통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