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광대한 섬으로, 독특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전통 축제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일본 본토의 축제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홋카이도만의 마츠리는, 그 지역 특성과 계절성을 고스란히 반영해 여행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글에서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전통 축제 다섯 가지를 소개하며, 각 축제가 지닌 문화적 의미와 지역성과 관광적 가치에 대해 상세히 알아본다.
1. 삿포로 눈 축제 (さっぽろ雪まつり)
삿포로 눈 축제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겨울 축제로, 매년 2월 초에 삿포로 시 중심부 오도리 공원을 중심으로 열리는 대형 이벤트다. 이 축제의 시작은 1950년, 지역 고등학생들이 눈 조각을 만들며 놀던 소박한 행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전 세계에서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국제적인 축제로 성장했다.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초대형 눈 조각과 얼음 조각이다. 몇 톤의 눈을 쌓아 만든 높이 10미터 이상의 작품들은 성곽, 유명 인물, 건축물,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테마가 다양하며, 밤에는 LED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국제 눈 조각 대회’로, 여러 나라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기술과 창의력을 겨룬다.
이 외에도 스스키노 지역에서는 얼음 조각 전시가 진행되고,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눈 놀이터도 마련되어 있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겨울의 삿포로는 눈과 예술, 기술이 만나는 무대가 된다.
2. 하코다테 항 축제 (函館港まつり)
하코다테 항 축제는 홋카이도 남단의 항구 도시 하코다테에서 매년 8월 초 열리는 여름 축제다. 이 축제는 1935년부터 시작되었으며, 하코다테 항구의 개항을 기념하고 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축제의 백미는 단연 ‘이카 오도리(오징어 춤)’ 퍼레이드다. 하코다테는 오징어 산지로 유명한 도시인데, 이 전통 춤은 오징어의 움직임을 표현한 유쾌한 동작이 특징이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같은 춤을 추며 거리 행진을 벌이는 이 장면은 지역 공동체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첫날 저녁에는 항구 위에서 대규모 불꽃놀이가 펼쳐지며,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거리 퍼레이드와 야시장, 전통 음악 공연이 이어진다. 관광객은 지역 먹거리와 함께 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축제는 홋카이도의 활기와 서민적인 정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 행사다.
3. 오타루 눈빛 거리 축제 (小樽雪あかりの路)
오타루 눈빛 거리 축제는 매년 2월 중순, 오타루 운하를 따라 펼쳐지는 로맨틱한 겨울 축제다. 이름 그대로 수천 개의 초와 유리등, 눈 조명이 운하와 골목 곳곳을 은은하게 비춘다. 다른 대형 축제에 비해 소박하고 조용하지만, 바로 그 점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 축제는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수제 조명과 설치물들로 꾸며지며, 방문객 역시 양초를 들고 축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커플과 가족 단위 관광객이 특히 많고, 사진작가들에게는 최고의 촬영 명소로 손꼽힌다.
오타루는 과거 무역항으로 번성한 도시로, 석조 창고와 유럽풍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다. 눈빛 축제는 이 도시의 레트로한 분위기와 겨울의 고요함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준다.
4. 아사히카와 겨울 축제 (旭川冬まつり)
아사히카와는 삿포로에 이어 홋카이도 제2의 도시이며, 매년 겨울에는 아사히카와 겨울 축제를 개최한다. 이 축제는 삿포로 눈 축제보다 규모는 작지만, 세계 최대 크기의 눈 조각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강변에 위치한 회장에는 실제 건물 크기에 가까운 대형 눈 성이 세워지며, 그 위에서 조명쇼, 음악 공연, 눈속 미끄럼틀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특히 이 눈 성은 지역 자위대와 시민들의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상징적인 구조물이다.
축제 기간에는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을 판매하는 시장도 함께 열려, 아사히카와 고유의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겨울 여행에서 삿포로 외 또 다른 도시를 원한다면 아사히카와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5. 아칸 아이누 전통 축제 (阿寒アイヌコタン祭り)
아칸 호수 인근에 위치한 아이누 코탄(아이누 마을)에서는 일본의 원주민 아이누족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정확한 일정은 해마다 다르지만, 주로 여름~초가을 사이에 진행된다.
축제 기간 동안 전통 의상 퍼레이드, 춤(리무세), 노래(우포포), 전통 악기 공연 등이 열리며, 아이누족의 민속 공예와 음식도 체험할 수 있다. 이 축제는 홋카이도의 정체성과 원주민 문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며, 관광 이상의 교육적 가치도 지닌다.
아이누 문화는 일본 내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칸 지역에서는 이러한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방문객은 이를 직접 보고 듣고 참여할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결론 – 홋카이도 축제, 단순한 볼거리 그 이상
홋카이도의 전통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자연, 문화, 역사, 공동체 정신이 녹아든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삿포로, 하코다테, 오타루, 아사히카와, 아칸 같은 도시에서는 각기 다른 색깔의 마츠리를 경험할 수 있어, 어떤 계절에 방문하더라도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홋카이도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단순한 온천이나 설경을 넘어서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전통 축제 일정도 꼭 확인해보자. 진짜 일본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