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반 시장은 오랜 시간 피지컬 음반 중심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에 접어들며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고, 굿즈 및 팬덤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강화되면서 시장의 구조와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일본 음반 시장의 변화 양상을 트렌드 중심으로 분석해 보고, 피지컬, 디지털, 굿즈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재의 흐름과 미래를 전망해 보겠습니다.
피지컬 중심에서 구조적 변화 시작
일본 음반 시장은 오랫동안 CD, DVD와 같은 피지컬 매체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일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CD 소비국이었으며, 타워레코드와 HMV 같은 오프라인 음반 매장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운영되었습니다. 일본 음반 산업은 팬덤의 수집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패키징을 고급화하고, 초회한정판, 특전 부록, 악수권 등을 동반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피지컬 판매량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2018년 이후부터 젊은 층의 소비 습관 변화와 함께 스트리밍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CD의 독점적 지위는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리콘 차트의 기준이 피지컬 판매 중심에서 디지털과의 통합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음반 매장도 점차 축소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오프라인 구매보다 온라인 소비가 일반화되며 피지컬 판매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피지컬 시장은 여전히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팬덤의 적극적인 지지와 굿즈화 전략 덕분입니다. CD 자체보다는 ‘팬서비스’의 일환으로 소비되는 피지컬 음반은 향후에도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점차적 재구성의 단계를 밟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급부상과 시장 재편
디지털 음원 소비는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늦게 확산된 편이지만, 2020년 이후부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Spotify, Apple Music, AWA, LINE MUSIC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본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디지털 음원 중심의 소비 구조가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이돌 그룹이나 아티스트들이 유튜브, TikTok 등을 통해 빠르게 바이럴을 일으키며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게 되면서, 음원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음반 판매에만 의존하던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디지털 음원은 해외 시장과의 연결성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제공합니다. 한국, 동남아,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일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글로벌 팬덤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단순한 판매 채널의 확대를 넘어서 콘텐츠 제작 방식, 마케팅 전략, 수익 분배 구조 등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오리콘 차트 역시 디지털 포인트를 반영하면서, 이제는 스트리밍 횟수와 다운로드 수가 아티스트의 성공 지표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중심의 트렌드는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아티스트와 기획사들도 이에 맞춘 콘텐츠 전략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굿즈화 전략과 팬덤 경제의 강화
일본 음반 시장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굿즈화 전략’과 팬덤 중심의 수익 구조 강화입니다. 최근에는 음반 그 자체보다는 음반에 포함된 부속 상품이나 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훨씬 커지고 있습니다. 악수권, 하이터치권, 팬사인회 응모권, 멤버 개별 포토카드, 랜덤 브로마이드 등은 음반 구매의 주요 동기가 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음악 소비를 넘어 '체험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아이돌 시장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1인당 수십 장의 음반을 구매하게 만드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어떤 팬은 응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같은 음반을 수십 장씩 구입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초동 판매량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른바 ‘수치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굿즈 전략은 상업적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콘서트, 팬미팅, 쇼케이스 등의 오프라인 이벤트가 음반과 연계되어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음반은 '참여 티켓'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CD의 본래 기능을 넘어서는 형태로, 엔터테인먼트 전반과 밀접하게 연계된 구조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팬덤의 충성도를 수익으로 직결시키는 구조를 고도화시키며, '음반 = 음악'이라는 전통적 인식을 넘어 '음반 = 팬서비스 + 굿즈'라는 새로운 공식을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만의 독자적인 팬덤 문화가 만들어낸 특수 구조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음반 시장은 피지컬 중심의 전통에서 디지털과 굿즈 중심으로 점차 재편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변화된 구매 패턴과 팬덤 문화의 확산, 기술 기반 플랫폼의 등장 등은 이 시장에 다양한 혁신과 도전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피지컬은 여전히 일본만의 색깔로 존속되고 있으며, 디지털은 글로벌 확산의 핵심, 굿즈 전략은 팬덤 수익화의 중심으로 작동 중입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일본 음반 시장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변화는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