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일본의 전통 가요 장르, 엔카(演歌)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트로트가 2030 세대의 새로운 음악 콘텐츠로 부상한 것처럼, 일본에서도 엔카의 부활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레트로 트렌드의 확산, 2030 세대의 문화 감수성 변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확산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엔카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금, 다시 소비되는 음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트롯 열풍과의 연계성, 젊은 세대의 반응,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엔카의 미래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트롯 열풍과 일본 엔카의 부활 가능성
2020년 이후 한국에서는 TV 프로그램 <미스터트롯>과 <미스 트롯>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트로트 장르가 대중적으로 부활하며 전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열풍은 단순한 음악 장르의 복귀를 넘어, 전통음악이 시대 흐름에 맞춰 재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일본에서도 유사한 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엔카와 한국의 트로트는 음악적 뿌리와 감성 면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 서민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감성적 선율, 느린 템포, 직설적인 가사 표현 등은 두 장르가 공유하는 정체성입니다. 한국의 트로트 부활은 일본 내에서도 “우리의 엔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레이블과 방송사, 공연 업계가 엔카 콘텐츠에 다시 주목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NHK 방송은 2022년부터 젊은 트로트 가수와 엔카 가수를 교차 초청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일부 한국 트로트 가수들이 일본 무대에서 공연을 열고 엔카 곡을 커버하는 장면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한일 간의 문화적 교류는 엔카가 다시금 대중의 레이더에 올라설 수 있는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트롯이 EDM, 힙합, 팝 등과 융합된 ‘뉴트로 트롯’을 선보이면서 세대 간 간극을 줄였듯, 일본에서도 엔카에 현대적인 음악 요소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복고가 아닌 ‘진화한 전통음악’으로서 엔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30 세대의 반응과 감성적 수용
과거에는 엔카를 ‘어른들의 음악’ 혹은 ‘옛날 노래’로만 인식했던 젊은 세대가 최근에는 엔카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내 20~30대 사이에서는 ‘레트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패션, 영화, 음식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중 엔카는 단순히 옛 음악이 아니라, 지금은 보기 드문 ‘진한 감정 표현’과 ‘정서적 몰입감’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엔카 커버송을 부르거나, 엔카 스타일로 현대곡을 리메이크하는 영상이 꾸준히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엔카 특유의 창법을 재미있게 패러디하거나 현대 감성에 맞게 리믹스한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엔카는 더 이상 무겁고 진지한 장르가 아니라 ‘새로운 감성 콘텐츠’로 재포지셔닝되고 있습니다.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엔카가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으며, 일상에서 감정 표현이 절제되는 문화 속에서 엔카의 직설적이고 극적인 감성은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음악들 사이에서 ‘한 곡을 깊이 듣는 경험’으로 이어지며, 감성적인 음악을 찾는 2030 세대에게 엔카가 재조명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부 젊은 엔카 가수들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련된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결합하여 새로운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SNS를 적극 활용하여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으로, 엔카가 세대 간 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의 가능성과 방향성
일본 엔카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세계 음악 시장에서는 이미 케이팝, J팝, 시티팝 등 아시아권 음악이 주류로 진입한 상황이며, 이 흐름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음악’으로서 엔카가 틈새 시장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실제로 유튜브,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는 ‘Japanese Enka’라는 플레이리스트가 따로 존재하며, 일부 엔카 가수들의 라이브 영상이나 뮤직비디오는 해외 팬들의 댓글로 가득합니다. 특히 감성 중심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유럽권, 남미권의 팬들은 엔카의 감정을 언어 장벽을 넘어 이해하고 공감하며, 일본 문화에 대한 흥미와 함께 엔카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다국적 음악 컬래버레이션 사례도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 전통악기와 엔카 창법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공연이 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엔카가 더 이상 일본 내 전통 음악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 무대에서도 문화적 매력을 지닌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일본 정부 및 민간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하며, 엔카 관련 콘텐츠를 다국어 자막으로 제공하거나, 해외 라이브 투어를 기획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관광 콘텐츠로서 엔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는 엔카가 단순한 음악이 아닌 일본의 감성과 전통을 대표하는 문화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엔카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세대와 다문화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창의성이 요구됩니다. 전통적인 창법과 멜로디는 살리되, 리듬감과 영상미, 퍼포먼스 등 현대적 요소와의 융합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엔카는 전 세계 감성 대중들과 연결될 수 있는 독창적인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일본 엔카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열풍의 자극, 젊은 세대의 재해석, 글로벌 플랫폼의 확산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리며, 과거의 음악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향한 콘텐츠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엔카가 본래 지닌 감성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엔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닌, 다시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