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는 전 세계 여행객들이 모이는 대도시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혼잡하고 관광객들로 붐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도시에는 여행객들에게 덜 알려졌지만, 도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조용하고 매력적인 장소들이 있다. 일본 특유의 여유로움과 정취, 현지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숨은 보석 같은 장소들을 소개한다.
1. 고엔지역 근처의 ‘기시모진(雑司ヶ谷 鬼子母神)’ 신사와 골목길
이케부쿠로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고엔지역(都電荒川線) 근처의 조시가야(雑司ヶ谷) 지역은 도쿄 시내에서 보기 드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그 중심에는 약 400년의 역사를 지닌 기시모진 신사가 있다.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인 이 신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많은 현지인들이 소원을 빌러 찾는다. 신사 근처에는 고양이 카페, 소규모 독립 서점, 일본 전통 과자점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아 산책하기에도 좋다.
2. 이노카시라 공원(井の頭公園) 주변의 커뮤니티 거리
지브리 미술관으로 잘 알려진 미타카역 근처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공원 주변의 골목길과 작은 상점들도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다. 오래된 서점, 아틀리에 카페, 소규모 갤러리, 수제잼 가게 등 취향을 자극하는 상점들이 많고, 현지 커플이나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다. 공원 내 보트 타기나 벚꽃 시즌의 풍경도 유명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여전히 소문나지 않은 보석 같은 공간이다.
3. 기타 센 주(北千住)의 복고풍 상점가
기타 센 주는 도쿄의 동쪽에 위치한 주택가 중심 지역으로, 오래된 도쿄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복고풍 분위기의 거리다. 센주 쇼텐가이(千住宿商店街)에는 60년 넘은 이자카야, 단팥빵 가게, 수제 튀김 가게 등이 줄지어 있다. 번화가에서 떨어져 있어서 외국인은 거의 없고, 도쿄 현지의 ‘일상’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JR 기타 센 주역을 중심으로 상점가가 잘 형성되어 있어 도보 여행에 적합하다.
4. 니시오기쿠보(西荻窪)의 앤티크 타운
JR 주오선의 조용한 역 중 하나인 니시오기쿠보는, 일본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앤티크 천국’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골목 곳곳에는 앤티크 소품점, 오래된 찻잔이나 카페용 가구를 파는 숍들이 즐비하고, 이 중에는 카페 겸 갤러리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특히 주말에는 현지인들이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수공예 클래스에 참여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 야나카(谷中) 지역의 고양이 골목과 전통 상점가
우에노에서 조금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야나카는 전후 도쿄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적인 동네다. 야나카긴자 상점가에는 크로켓, 타이야키, 야키토리 같은 서민 음식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일명 ‘고양이 골목’도 있다. 여행객들에겐 아직 덜 알려졌지만, 도쿄의 ‘정감’과 ‘생활’을 느낄 수 있어 일본 현지인들이 데이트나 산책 코스로 자주 찾는다.
6. 다이칸야마(代官山)의 감성 골목
시부야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다이칸야마는 세련된 부티크와 트렌디한 북카페, 작은 미술관, 디저트 카페들이 모여 있는 감성적인 지역이다. 특히 다이칸야마 T-SITE는 일본식 북&라이프스타일 복합 공간으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젊은 도쿄 시민들 사이에서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찾는 공간으로 인기가 높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마무리
도쿄는 ‘화려함’과 ‘혼잡함’ 이외에도 다양한 표정을 가진 도시다. 특히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일수록, 오히려 일본 현지의 문화와 사람, 삶의 방식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부야, 아사쿠사를 잠시 벗어나,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조용하고 매력적인 공간들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